6.10 범국민대회를 다녀와서..

diary/Missional_Life 2009. 6. 11. 01:07
작년 6.10기념대회에는 아들과 함께 갔는데 오늘은 혼자였습니다.
일곱시 예정된 시간 보다 조금 늦게 서면 지하철 역에 도착했는데 벌써 서면 주변에는 경찰들이 쫙 깔려있었습니다. 나이든 경찰들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아마 부산시내 경찰들은 다 모인 듯하였습니다. 
태화백화점 옆 골목길에 벌써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습니다. 겨우 대열 끄트머리에 도착해 보니 거의 그 길의 3분의 2를 넘어 유가네 닭갈비 앞까지 와 있었습니다. 피켓 하나를 얻어들고 혼자 앉으려니 좀 쑥스럼기도 했지만 그냥 철퍼덕 앉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단체별로 삼삼오오 나왔는데 저만 혼자 인것 같아 쫌 그렇더군요.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들 꼬셔서 같이 나와야겠습니다. 이말은 이런 국민적 저항이 앞으로도 계속 될 거란 얘기겠지요.
집회는 골목길에서 나와 서면 대로를 한바퀴 돌고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대열을 이끌어가는 주최도 명확하지 않고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걸아다니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중간에는 우왕좌왕하는 것이 우습기도했습니다만 어쨌든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어 이런 대열을 이루었다는 것이 너무 감격적이었습니다. 
집회를 정리하고 지금 집에 와서 몇가지 생각이 떠올라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먼저 현 시국이 이전의 6.10 항쟁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지금은 대의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국민의 정당한 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이 집권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양비론처럼 들리겠지만 우리 국민의 많은 수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안 찍었다는 말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의 말처럼 지금의 사태는 투표하지 않은 나머지 많은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눈을 가렸든, 우리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든 우리는 그를 대통령으로 뽑고 말았습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어렵사리 얻은 직선제에도 불구하고 노태우가 대통령이 된 것 처럼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만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지금 정부의 실정을 비판한다해도 어쨌든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쳐 현 정부가 탄생한 이상 쉽사리 그들은 이전의 군사정권처럼 정권타도를 외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정부의 실정해 대해 국민적 열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무작정 끌어내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5년에 한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비판만해서는 안되고 대안을 마련해야합니다.
저는 정치나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바람직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국민이 주인되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냥 나만 잘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또 더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모여 이 땅의 민주주의가 온전히 뿌리 내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바람직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참 민주주의가 더 빨리 자리잡지 않겠습니까? 당장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겠지만 앞으로의 일도 차분히 준비해야 합니다. 예전에 의식화라는 말을 많이 썼지만 그런 의식화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서는 다시 공부해야하고 또 이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먼지 쌓인 사회과학도서를 다시 꺼내들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다시 그려보아야 합니다. 삶에 찌들여 살다보니 다 잊어벼렸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안겨주기위해 이제 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실천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라고 뭐  별 수는 있겠습니까만은 이제부터라도 좀 열심해 해보려고 합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뭔가를 해야할 때가 된 거죠. 그냥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답답하고 속이 뒤집혀 화를 내거나 욕을 해대는 것보다는 다함께 모여 큰 소리로 한번 더 외칠 자리가 있다면 힘써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 의견을 올릴 수 있다면 한번 더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냥 멈춰있지 말고 우리의 생각, 우리의 주장을 강력하게 외칩시다. 그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올 때까지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합니다. 민주적 정부의 창출은 그냥 기다려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준비하고 노력하고 대안을 찾고 설득하고 실천하는 삶으로 이루어 지는 것입니다. 저는 그냥 마음이 답답한 시민이지만 이제 그 답답함을 실천으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많은 국민들의 의견에 저의 의견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시민단체 지도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저같은 보통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집회나 행사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 단체가 가지고 있는 이념과 목표가 있겠지만 많은 국민의 참여와 연대가 필요하다면 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집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재미있는 집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생각도 더 굳게 만들어가고 재미있는 볼거리도 있는 그런 멋진 집회를 만들어 주세요. 오늘 부산 집회는 사실 쫌 재미가 없었습니다. 

This article was written in spring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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